
수출이 전년보다 20% 늘었다고 하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물가상승률이 5%에서 2%로 낮아졌다면 물가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하지만 경제지표의 증가율은 현재 수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시점의 수치와 비교했느냐에 따라 같은 현재 값도 증가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저효과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전년동월비가 유난히 높거나 낮게 나왔다면 증가율 자체에서 결론을 내리기보다 세 가지 질문을 먼저 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 지난해 같은 달의 수치가 평소보다 높거나 낮지 않았는가?
- 최근 한두 달의 흐름도 같은 방향인가?
- 증가율이 아니라 지표의 실제 수준도 높아졌는가?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단순한 기저효과인지, 실제 개선이나 악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는지 구분하기가 쉬워집니다.
🔎 기저효과는 왜 생길까?
증가율은 현재 값과 과거의 기준값을 비교해서 계산합니다.
증가율 = (현재값 - 기준값) ÷ 기준값 × 100
간단한 숫자로 보면 원리가 분명해집니다.
현재 지표가 110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이 100이었다면 증가율은 10%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달의 값이 일시적인 충격으로 80까지 떨어져 있었다면 올해 110은 3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현재 값은 둘 다 110으로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비교 기준뿐입니다.
따라서 37.5%라는 높은 증가율 전체를 올해 상황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기준값이 낮았던 영향도 증가율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지난해 수치가 일시적으로 매우 높았다면 올해 상황이 나쁘지 않아도 전년 대비 증가율은 낮거나 마이너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런 현상을 기준시점의 위치 때문에 경제지표가 실제 흐름보다 부풀려지거나 위축되어 보이는 기저효과로 설명합니다.
낮은 기저와 높은 기저는 이렇게 구분하면 쉽다
기저효과를 낮은 기저에 의한 반등만으로 이해하면 경제지표를 반쪽만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생산지수가 다음과 같이 움직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2년 전: 100
- 지난해: 70
- 올해: 90
올해 생산지수는 지난해보다 약 28.6% 높습니다.
전년동월비만 보면 강한 증가세입니다. 하지만 2년 전 100과 비교하면 아직 10% 낮습니다.
이 경우 높은 증가율에는 지난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영향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이 회복된 것은 맞지만, 이전 수준을 이미 넘어선 성장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보겠습니다.
- 2년 전: 100
- 지난해: 130
- 올해: 120
올해 지표는 전년보다 약 7.7%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0% 높습니다. 지난해가 유난히 높았기 때문에 올해의 전년동월비가 약하게 나타나는 높은 기저의 영향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기저효과가 있다는 사실과 실제 개선·악화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낮은 기저에서 지표가 반등하면서 실제 경기까지 좋아질 수도 있고, 높은 기저 때문에 전년동월비가 낮아졌는데 최근 흐름은 오히려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기저효과를 발견했다고 해서 경제지표의 움직임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전년동월비가 크게 움직였다면 4단계로 확인한다
경제지표를 볼 때 여러 수치를 무작정 많이 보는 것보다 역할을 구분하는 편이 낫습니다.
✅ 1단계: 지난해 같은 달의 기준값을 확인한다
가장 먼저 전년동월비의 비교 대상부터 확인합니다.
지난해 같은 달에 경기 충격, 가격 급등락, 생산 차질처럼 평소와 다른 사건이 있었다면 올해 전년동월비에도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100 안팎이던 지표가 지난해만 70이었다가 올해 95가 됐다면 전년 대비로는 큰 폭의 증가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위치에서 보면 아직 정상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큰 숫자를 봤을 때 현재 값보다 분모가 된 지난해 값이 특별하지 않았는지 먼저 보는 이유입니다.
✅ 2단계: 최근 방향은 계절조정 전월비로 본다
전년동월비는 1년 동안의 변화를 보여주지만 지금 흐름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지까지 직접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최근 방향을 확인할 때는 전월비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월별 경제지표에는 명절, 휴가, 계절적인 생산 패턴 등 반복적인 요인이 섞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절조정 자료가 제공되는 지표라면 원계열의 단순 전월비보다 계절조정계열 전월비를 확인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통계청도 원계열은 전년동월비 등 장기 시계열 분석에, 계절조정계열은 전월비·전분기비 등 단기 분석에 이용한다고 안내합니다.
전년동월비가 높더라도 계절조정 전월비가 최근 계속 하락한다면 현재 흐름까지 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전년동월비가 낮아도 최근 전월비가 개선되고 있다면 높은 기저에 가려진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3단계: 증가율이 아니라 실제 수준을 확인한다
증가율과 지표 수준은 다른 정보입니다.
70에서 90이 되면 약 28.6% 증가하지만, 100에서 110이 되면 10% 증가합니다.
증가율만 보면 첫 번째가 훨씬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은 두 번째가 더 높습니다.
따라서 생산이라면 생산지수, 수출이라면 실제 수출액, 물가라면 물가지수처럼 증가율 계산의 바탕이 된 값 자체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지난해 수치가 급락했던 지표는 높은 증가율보다 현재 수준이 어디까지 돌아왔는지가 더 유용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4단계: 필요하면 기저가 생기기 전 시점과 비교한다
지난해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았다면 2년 전이나 충격 발생 이전의 수준을 보조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만 2년 전 수치를 모든 경제지표에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2년 동안 경제 규모가 커졌거나 산업 구조가 달라졌다면 단순한 2년 전 비교가 오히려 현재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비교는 지난해 기준값이 얼마나 이례적이었는지 확인하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 네 가지 수치의 조합으로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기저효과는 하나의 수치로 확정하기보다 여러 지표의 방향을 조합해서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 전년동월비 | 최근 전월 흐름 | 현재 수준 | 해석할 때 확인할 부분 |
| 큰 폭 상승 | 정체 또는 하락 | 과거 정상 수준보다 낮음 | 낮은 기저에 따른 반등 비중이 큰지 확인 |
| 큰 폭 상승 | 함께 상승 | 과거 수준도 넘어섬 | 기저효과와 실제 개선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 |
| 감소 또는 둔화 | 최근 상승 | 비교적 높은 수준 | 높은 기저 때문에 전년비가 약한지 확인 |
| 감소 | 최근도 하락 | 수준도 낮아짐 | 기저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제 약화 가능성 |
이 표에서 특히 주의할 부분은 첫 번째와 두 번째입니다.
둘 다 전년동월비는 높게 나올 수 있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지난해의 낮은 수준에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과, 과거 수준을 넘어 추가로 성장하는 과정은 같은 증가율만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저효과인가, 실제 회복인가?”를 둘 중 하나로 선택하는 질문 자체가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실제 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낮은 기저까지 겹치면서 전년동월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에서는 상승률과 가격 수준을 분리해서 본다
물가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것을 물가 자체가 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서 2%로 낮아졌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수치만으로는 물가가 내려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격이 전년보다 계속 오르고 있지만 상승 속도만 느려진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특정 시점의 에너지 가격이나 상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 높은 기준값이 올해 전년동월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물가에서는 다음을 나눠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전년동월비: 1년 전과 비교한 물가상승 속도
- 전월비: 최근 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 물가지수 수준: 가격 수준이 실제로 얼마나 높아졌는지
물가상승률 둔화와 가격 하락을 같은 의미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출은 증가율보다 수출액과 비교 기준을 먼저 확인한다
수출 증가율도 낮은 기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특정 달에 세계 경기 둔화나 공급 문제로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면 올해 수출이 정상 수준에 가까워지는 것만으로 높은 전년동월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확인할 것은 단순합니다.
지난해 같은 달의 수출액이 이례적으로 낮았는지 보고, 올해 실제 수출 규모가 과거 정상 수준을 넘어섰는지 비교합니다.
월별 수출은 조업일수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일평균 수출도 보조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평균 수출은 조업일수 영향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지만 다른 모든 변동 요인을 제거해 주는 지표는 아닙니다.
따라서 수출이 20% 또는 30% 늘었다는 기사 제목보다 왜 지난해보다 늘었고 현재 수출액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가 해석에는 더 중요합니다.
🔎 생산은 전년동월비와 최근 흐름이 엇갈릴 수 있다
산업생산에서도 전년동월비만으로 현재 경기 방향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생산 차질로 지수가 크게 낮아진 뒤 올해 정상화됐다면 전년동월비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계절조정 전월비가 몇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전년 대비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현재의 단기 방향은 약해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 상황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높은 생산 실적 때문에 전년동월비는 마이너스인데 최근 계절조정 전월비는 회복되고 있다면 전년비 숫자 하나만으로 경기 악화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생산에서는 두 질문을 나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지난해보다 얼마나 달라졌는가?
→ 원계열 전년동월비
최근 몇 달 동안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 계절조정계열 전월비
두 숫자가 서로 다른 방향이라면 틀린 지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비교 기간을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기저효과를 볼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판단
첫째, 증가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수준도 높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큰 폭으로 떨어졌던 지표가 일부 회복할 때 높은 증가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저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 개선까지 부정하는 것입니다.
낮은 기저의 영향과 현재의 실제 개선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전년동월비와 전월비 가운데 하나만 맞는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지표는 비교하는 기간과 목적이 다릅니다. 장기적인 전년 대비 변화와 최근의 단기 흐름을 각각 보여주는 정보로 나눠 봐야 합니다.
🔎 경제지표의 큰 숫자를 봤다면 비교 기준부터 보자
기저효과의 원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증가율에는 현재 값뿐 아니라 비교 기준이 되는 과거 값도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전년동월비가 평소보다 크게 오르거나 떨어졌다면 숫자 하나로 경기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다음 순서로 확인하면 됩니다.
지난해 기준값 확인 → 계절조정 전월비로 최근 방향 확인 → 지표의 실제 수준 확인 → 필요할 때 기저 이전 수준과 비교
이 과정에서 전년동월비와 최근 흐름이 함께 좋아지고 실제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면 단순한 기저효과 이상의 개선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년동월비만 크게 뛰었고 최근 흐름은 정체돼 있으며 지표 수준도 이전보다 낮다면 낮았던 기준값이 증가율을 크게 만든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뉴스에서 보이는 증가율은 틀린 숫자가 아닙니다. 다만 그 숫자가 무엇과 비교해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기저효과를 안다는 것은 높은 증가율을 무조건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율과 현재 수준, 최근 방향을 서로 다른 정보로 구분해서 보는 방법을 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 참고 자료
- 한국은행 경제금융용어 자료
- 통계청 국가통계 및 경제활동인구조사 이용 시 참고사항